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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같이, 가치
    조뫼얼 어른아홉 2022. 12. 31.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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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고 한다.

    7년 전 카페 창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나는 무조건 조직 생활이 잘 맞고 동료들과 사회생활을 해야 한다고 생각되었지만 사직서를 내고 나서야 혼자 있을 때가 편하고 좋을 때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즉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지만 혼자만의 시간은 분명 필요하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급변하게 변하하는 시대적 흐름에 코로나까지 우리 생활을 송두리째 변화시켰는데, 그중 사람들과 관계하는 것에 전과 다른 모습이 등장했다. 업무 영역에서는 회의가 화상을 바뀌었고, 사람들과의 만남도 랜선모임이 활성화가 되었다. 반면 이를 계기로 혼자는 더 혼자가 되기 편하고 전혀 이상하지 않은 시선도 만연해졌다. 더는 혼밥, 혼술, 혼O 등 혼자 하는 문화가 자연스레 확산되었다. 같이 가 무조건 좋다는 말이 아니다.
    혼자서도 가치있는 일들을 찾아가는 그런 사람이 늘고 있는 것이다.

    우울증 증세를 보이는 사람들도 있지만 병원에 가는 게 더 이상 눈치 볼 필요가 없는 듯하다.

    코로나가 정말 많은 것들을 변화시킨 것 중에 인간의 윤리적인 것과 존엄성에 관한 인식의 변화 그리고 삶의 허무함으로 시작된 존재의 의미에 물음을 던지는 세대가 많아졌다. 그리고 깊은 우울함과 무력감으로 사회의 한쪽이 병들어가고 있다.

    그 사이 MBTI라면서 제2 혈액형처럼 깊게는 사주 철학처럼 사회 곳곳에 사람을 가르는 중요한 척도도 등장했다.
    엄청난 거부감이 들었던 건 군대에서 MBTI 검사 같은 걸 해봤어서 그런지 몰라도(군대에서 뭘 했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랄까) 유행처럼 지나가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심심치 않게 취업을 위한 면접 질문에도 있다고 하니 사람의 성향을 위해 알아보는 단계가 보편화된 듯하다.
    이 말은 먼저 사람을 알아보고 시간이 지나고 각자 판단하면서 나한테 맞고 안맞고를 가렸다면, 이제는 알아보기 위한 단계를 축소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그만큼 사람들의 관계의 의미가 변화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훌훌 털고 아무도 없는 곳에서 살고 싶다.라고 생각한 적이 있는가?
    가끔 살다 보면 삶과 현실에 지치기도 하고, 관계한 사람들과 소원해지거나 서운한 일이 많을 때 문득 드는 생각이기도 하고, 나를 모르는 공간으로 가서 조용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종종 들기도 한다.
    나라는 사람의 리셋 reset 과는 다르다. 나의 모든 삶의 양식부터 관계까지 초기화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아닌 주변 환경을 환기시키는 과정을 말하는 것이다.

    3년 전 세상에서 둘도 없는 가까운 형한테 지방 한 적한 곳에 집 한 채와 텃밭이 매물로 나왔다며 관심 있냐는 전화를 받았었다. 전라남도 끝 쪽이었는데, 젊은 부부가 와서 살다가 아이를 낳고 교육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서울로 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카페를 막 그만둔 나에게 정말 좋은 가격의 매물이라고 사진과 사정을 말해왔다.
    사실 너무 좋은 가격이기는 했다. 리모델링한 한옥집과 마당 그리고 작은 텃밭이 함께 했는데 몇 천만 원이었으니 말이다.
    (당시 전국 부동산은 상상을 초월하는 폭등장이었다.)

    제안은 정중하게 거절했지만 가장 마지막까지 고민했던 점은 그 마을 사람들이었다.
    물론 긍정적으로 말이다.
    젊은 부부를 포함한 예술가 부부 그리고 사업을 하다 귀촌했다는 분들이 모여 마을을 형성하고 있다고 했다.
    각기 다른 이유로 서울 생활을 하다가 자리를 잡았다는 작은 마을은 서로 배려와 독려 그리고 심심찮게 일도 같이 하며 수익도 내고 있다고 했다.
    내가 만약에 갔으면 작은 카페를 담당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봤다.
    물론 내려가지 않은 이유는 그 마을이 너무 좋아 다시는 위로 올라오지 못할까 봐, 즉 사업과 취업을 다시 하고 싶은 열정이 있었는데, 너무 이른 나이에 안빈낙도의 삶을 꿈꾸는 게 아닐까 싶어. 정중히 거절했다.

    요즘 이 따끔 생각은 난다.

    "형, 그 집하고 땅 팔렸어요?"

    만약 안 팔렸다고 하면 사놓고 종종 내려가서 지내고 왔으면 되었을 건데, 그 당시는 이분법인 사고로 서울 아니면 지방이었던 것 같다.

    새해를 핑계 삼아 다시 전화해서 물어보려고 한다.

    "그 집 안 팔렸으면 한 번 구경가도 돼요?"

    시골에서 사는 생각을 가끔 한다.
    훌쩍 떠나고 싶을 때 준비없이 가고 싶다. 그래야 온전히 가는 동안 집중이 된다.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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